조선 600년사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은 물론, 백성들의 민심도 헤아릴 줄 알았던 세종대왕.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군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누가 뭐라해도 훈민정음 창제라 할 수 있다.하지만 세종의업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 고유의 글자인 한글을 가지고 조선만의 정서를 담은 우리 음악을 작곡해 낸 것이다. 이는 그가 정치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문헌에는 “단 하룻밤만에 막대기로 땅을 치며 음악을 만들었다”는 말이 적혀 있을 정도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세종. 15세기 왕실 주류 음악이던 중국 스타일의 음악에서 벗어나 우리 음악 만들기에 누구보다 몰두했지만, 작곡가 세종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음악을 방송 컨셉의 새로운 콘텐츠로 제공하는 ‘국악방송’과 한국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국악관현악단’이 발벗고 나섰다. 세종탄신일을 기념해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작곡가 세종>이란 타이틀을 내건 특별한 공연을 진행했다.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송혜진 사장을 만나 작곡가 세종은 물론, 국악에 대한 그녀의 전반적인 견해를 전해 들었다.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악방송 사장이고, 본래는 국악 연구자입니다. 국악 중에서도 세종시대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세종을 다각적으로 연구하면서 다른 분야 사람들과 교류하며 음악가 세종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 이번 ‘작곡가 세종’ 공연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작년 2018년은 세종 600주기였습니다. 이를 어떻게 기리면 좋을까를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했죠. 그동안 세종이 얼마나 훌륭한 지 혹은 음악과 관련한 업적이 얼마나 많은 인물인지는 많은 대중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악방송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에 서서 세종의 ‘생각’이 담긴 음악을 현대 작곡가들의 재해석을 통해그가 동시대인들과 공유하려 했던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이번 공연을 기획한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 정치, 경제 문화의 발전을 이룬 세종은 익히 알고 있지만, 작곡가로서의 세종의 새로운 모습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맞습니다. 세종의 작곡을 생각하면서 대단하면서도 재미나다고 여기는 점은 그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음악을들 결합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는 겁니다. 한국 전통음악 ‘향악’, 왕실에서 연주되는 중국스타일의 음악인 당악, 의식음악인 ‘고취악’과 ‘아악’ 등의 여러 갈래의 궁중 음악을 융합한 인물입니다.
▲ 이번 공연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이번 공연은 ‘세종처럼 생각하기’에 초점을 두었고, 세종처럼 시대 음악의 융합을 시도해봤어요. 세종시대를 재현한 공연 중 가장 미래지향적인 공연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무대인 ‘율화’에서 ‘막대기로 땅을 치며 하룻밤만에 음악을 만들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다. 세종의 천재성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하룻밤만은 아니겠죠, 하하. 세종은 세종7년부터 왕실음악을 정비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조선은 유교국가였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음악을 갖추는 일이 필요했거든요. 중국식 고전음악에 따른 예악을 정비하는 ‘재정비’작업을 시작으로 정비한 음악을 활용하는 ‘활용기’, 중국고전과 한국음악 ‘융합기’를 거쳐 우리 고유의 의례가 완성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업적이 실록에는 잘 나와 있지 않아요. 이 수많은 일들이 실록을 기록하는 사관도 모르게 비공개로 이뤄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종께서 천재라 하룻밤만에 작곡한 것은 아니죠. 세종은 매우 긴 시간의 준비과정을 거친 끝에 선대왕의 업적을 춤과 노래로 완성시킨 겁니다.
▲세종 스토리를 공연화한 기존 공연들과 차별성을 둔 것이 있다면?
먼저 세종 공연에 대표되는 국립국악원 공연과 이번 공연의 차이를 말하자면, 국립국악원에서는 전승되는 전통음악을 세종시대 스토리를 극화해서 장엄한 무대공연으로 기획한 것이고, 국악방송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해설 및 실록에 나오는 내레이션 등을 방송 컨셉으로 구성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종음악의 유산 콘텐츠를 중심으로 세종 시대를 포괄적으로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에 초점을 두어 작곡 방법과 내용에 집중하고, 세종의 음악생각을 전달하려다 보니, 원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거의 재창작 수준에 이르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 이렇게 15세기의 세종의 음악이 21세기에도 통용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인 것 같다. 공연 후 평론가들의 다양한 평가가 이어졌을 것 같은데.
얼마든지 재창작 되면서 당대의 음악문화로 살아남아야 된다는데 주목했습니다. 공연 면에서 우선 방송 콘텐츠와 국악관현악단의 최초의 융합이란 것이 포인트라 할 수 있죠. 그날의 공연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품격있고, 격조있는 공연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미 다큐멘터리 방송을 통해 실험을 거친,기본이 탄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세종문화회관과 공동기획을 했는데.
세종문화회관에 관현악단, 이에 소속된 극단, 합창단과 공동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뜻깊었습니다.비록 무대화한 기간은 짧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종합적인 인프라와 국악방송의 양질의 콘텐츠가 잘 결합되어 굉장히 수준 있는 공연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 국악은 문화역량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이 강해 젊은 층들에게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게 국악의 매력을 소개해달라.
국악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게 관심 없는 영역은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국악공연장을 가면 뜻밖의 젊은 청년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국악은 전승이 잘되어 오는 장르라고 생각해요.국악이 현대의 방식으로 재창조되는 일을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는 부탁은 하고 싶습니다.
▲ 2016년부터 올해까지 국악방송 3년을 지내온 사장님의 철학이나 사명이 궁금하다.
저는 일단 국악 연구를 오랜 기간 해온 사람으로서 공공영역인 국악방송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에 관심두어왔습니다. 라디오 방송으로서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영상 콘탠츠로 대중과 만날 때가 됐다는 생각으로 채널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난관도 많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한국문화의 좋은 가치를 쉽고, 친절하게 널리 알리는데 일조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방송콘텐츠와 공연콘텐츠의 융합은 그동안 숱하게 재현되던 세종대왕의 서사를 180도 다르게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송혜진 사장은 “앞으로 경영자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종의 창조적인 음악생각을 시대에 맞게 풀어나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문 링크] https://www.sedaily.com/NewsView/1VJAZS22J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