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심청이가 심봉사를 위해 밥을 비는 대목’
(아니리) “거, 이 자식아 그런 말은 다 어디서 들었느냐? 네 효성이 그렇다면,
한 두어 집만 수이 다녀오너라.”
(중몰이)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으 헌 베 중우 대님 매고,
말만 남은 헌 초마으 깃 없는 헌 저고리, 목만 남은 길보신에 청목 휘항 둘러쓰고,
바가치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쳐 나갈 적으, 원산에 해 기울고, 건넌 마을 연기 일 제,
추적추적 건너가 부엌 문전 다다르며, 애긍히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 안에 죽은 후의,
앞 어둔 우리 부친 나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멕여 요만끔이나 자랐으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사오니,
한 술씩만 덜 잡수고 십시일반 주옵시면, 치운 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겄네다.”
*원산에 해 기울고➜원산은 암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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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 밥·김치·장을 애끼잖고 후히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치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 전으 가 먹겄네다.” 한두 집이 족한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올 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난 원산의 해가 아니 비쳤더니, 발써 해가 둥실 떠 그 새 반일이 되었구나.”
(잦은몰이) 심청이 들어온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허며,
시장킨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 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투각·갈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봉사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끌어다 입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 딸 칩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