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淸), 장(壯), 격(激), 류(流), 정(靜), 중(重), 동(動), 연(淵), 맑고, 씩씩하고, 부딪치고, 흐르고, 고요하고, 무겁고, 움직이고, 고이고, 한국문화의 집(KOUS)이 2015년 8월 25일부터 11월 24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화요일 춤 공연 < 화무(火舞) >의 타이틀(title)이다.
우리 전통 춤이 갖고 있는 모든 표현을 모두 사용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쇠춤, 장고춤, 북춤, 입춤, 승무, 설장고춤, 소고춤, 채상고춤, 살풀이, 도살풀이, 민살풀이, 교방살풀이, 진쇠춤, 교방굿거리, 춘앵전, 화선무, 산조춤, 한량무, 태평무, 장한가, 무당춤, 학춤, 처용무 등 현존하는 우리 전통 춤의 독무(獨舞)를 명인, 명무, 여기에 버금가는 중견 춤꾼, 그리고 아직 젊은 춤꾼이 펼치는 최고, 최상, 춤판에 과하지 않은 타이틀(title)이다.
이 거대하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춤판을 내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며 행복이다. 후기(後記) 팔무전(八舞傳)은 <화무>를 3개의 소 묶음으로 나누어, ‘ 명무가 펼치는 팔무전 ’ ‘ 춤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춤판 지무(知舞) ’ ‘ 젊은 춤꾼들의 춤판 팔일(八佾) ’ 중에서 8월 25일, 9월 1일, 9월 8일, 3번 올린 가장 큰 춤판 팔무전 마지막 공연이다.
교방굿거리 김경란/ 춘앵전 김영숙/ 도살풀이 김윤선/ 설장고 신만종/ 태평무 유정숙/ 승무 진유림/ 학춤 박월산/ 북춤 하용부/ 8명이 각각 자신의 춤을 추니 팔무전이다. 팔무전은 2008년에 시작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이어진 춤판이라 새로운 춤판은 아니다. 수년을 즐겨왔기에 늘상 그 명인이 그 명인이고, 춤 또한 눈에 익어 새로움과 기쁨이 덜 할 것 같지만 만날 때마다 늘 새롭고 희열이 넘친다.
장구, 징, 아쟁, 해금, 태평소, 대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등 생음악 반주에 실린 최고의 춤사위를 사랑방에서 풍류를 즐기듯 눈앞의 아름다움에 빨려드는 묘미는 무딘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 없이 부족하다. 우리 춤의 선의 너울거림과 디딤 발의 아름다움, 춤과 하나 되는 의상의 역할, 몸에서 뿜어나는 정기, 손끝과 도구가 전달하는 의미의 매력, 어느 것 하나 빠트릴 수 없어 자연의 조화처럼 한 폭의 황홀한 그림이 펼쳐지며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였다.
엇박의 화려함이 넘치는 태평무,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주는 춘앵무, 하얀 명주 긴 수건에 실려 혼백이 춤추는 도살풀이, 도포자락이 너울거려 날개짓 하는 학춤, 소리로 허공을 휘저으며 서서 두들기는 설장고, 장삼이 뻗어 북을 두들기는 승무, 관기(官妓)의 뛰어난 재주가 보이는 교방굿거리, 소리가 춤을 만들며 정중동의 백미(白眉)가 담긴 북춤, 팔무전 명인, 명무의 춤사위는 감동이며 복받침이고 시간의 멈춤이었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표현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화려함을 다 말하지 못하고, 귀에 들리는 예쁜 소리를 전부 전달하지 못했다고, 함께 하지 못한 벗님들이 팔무전에서 내가 느낀 행복을 폄하하려 한다면, 정말 화가 나는 안타까움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