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기생점고 대목 (정응민 바디, 조상현 창)
[아니리]
사또 분부하시되
“네, 여봐라. 이렇게 기생 점고를 허다가는 몇 날이 될 줄 모르겠다.
한 숨에 둘씩 셋씩 자주자주 불러 들여라.”
호장이 멋이 있어서 넉 자 화두로 부르는데,
[중중모리]
01. 조운모우 양대선(朝雲暮雨 陽臺仙)이,
우선유지 춘흥(雨鮮柳枝 春興)이! 나오!
사군불견 반월(思君不見 半月)이, 독좌유향(獨坐幽篁)의 금향(錦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02. 팔월부용군자용 만당추수 홍련(八月芙蓉君子容 滿塘秋水 紅蓮)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구월구일용산음 소축신의 국화(九月九日龍山飮 笑逐臣의 菊花)가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03. 독조한강 설향(獨釣寒江 雪香)이, 천사만사 금선(千絲萬絲 錦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육각삼현(六角三絃)을 떡쿵 치니,
장삼(長衫) 소매를 떠들어 메고 저정거리던 벽도(碧桃)가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04. 주홍당사(朱紅唐絲) 벌매듭 차고 나니 금낭(錦囊)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사창(紗窓)에 비추었구나, 섬섬영자(纖纖影子) 초월(初月)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남남지상(喃喃枝上)의 봄바람에 힐지항지 비연(飛燕)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05. 천리 강릉(千里 江陵) 늦어간다, 조사백제 채운(朝辭白帝 彩雲)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위성조우읍경진(渭城朝雨浥輕塵)의 객사청청 유색(客舍靑靑 柳色)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06. 진주, 명주(眞珠, 明珠), 자랑 마라. 제일 보패(寶貝) 산호주(珊瑚珠)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단산 오동(丹山 梧桐)의 그늘 속에 문왕(文王) 어르던 채봉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초산 명옥(楚山 明玉)이, 수원 명옥(水原 明玉)이, 양 명옥이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