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에 숨겨진 조선역사’는 고려 말부터 구한말 을사늑약까지의 역사를 동시대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필자의 시각으로 파 해쳐 교과서로 배운 정형화된 역사가 아니라 역사 속에 살았던 백성의 삶을 우선 평가하는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은 ‘겸재 정선 –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노영(盧英) - 아미타여래구존도 및 고려태조 담무갈보살 예배도/ 공민왕 – 천산대렵도/ 일본 가가미진자 수월관음도/ 아집도 대련(對聯)/ 안견 – 몽유도원도/ 김석신 – 담담장락도/ 김홍도 – 타작/ 긍재 김득신 – 사계풍속도 제1폭 타작/ 신윤복 – 혜원풍속도첩 중 상춘야흥, 납량만흥, 주유청강/ 일재 김윤보 풍속도첩 중 타작, 대지주소작료납입/ 추사 김정희 – 세한도, 추사전별도, 대팽고회 대련, 봉은사 판전 현판/ 쓰키오카 요시토시 – 1875년 운요호 병사 조선 강화 전투도/ 심전 안중식 – 한일통상조약체결기념연희도/ 니시키에타 – 박영효와 급진개화세력의 귀국 모습/ 프랑스인 조르주비고 – 청일전쟁 직전의 조선 풍자만화’ 등이다.
14세기 고려 말부터 1910년 경술국치까지 약 500년의 조선의 역사를 1장 고려인가 조선인가, 2장 몽유도원도의 눈물, 3장 풍속화에서 백성을 보다, 4장 세한도, 풍상의 세월, 5장 조선 최후의 선비, 매천, 5장으로 나누어 각장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얼굴을 삼았다. 얼굴 그 림 속에 담겨 있는 삶을 끄집어내어 그 시절 역사의 흐름에 또 다른 여러 그림의 내용을 대비하여 가며 시대상황을 설명하였고, 그림의 가치와 작가의 의도, 독자의 평가도 유도하고 있는 흥미 가득한 역사 이야기다.
일반인은 그림을 감상하며 작품 그 이상을 생각하지 않고 역사를 배우며 단순히 기억하고자 노력할 뿐인데, 그림을 보면서 역사를 생각하고 글로 표현한 필자가 대단하다 칭찬한다.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그림을 전문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아닌데, 사료 및 문집 24권, 단행본 50여권, 70여 편의 논문, 9권의 도록 및 자료 등 방대한 참고문헌을 지식의 토대로 삼아 자기중심적 견해와 아집을 경계하며 한편의 역사 논문을 완성하듯 치밀한 내용과 구성으로 독자(讀者)들에게 새로운 시각의 역사 바라보기를 제시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이다.
330쪽이 넘는 페이지와 전문 용어, 역사의 연속성을 기억하기 위한 년도, 수많은 제도, 다양한 인물 등이 주는 부담감으로 결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쉬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의 역사’였다. 참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선명한 그림, 깔끔한 사진, 고급지질, 아름다운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편집까지 무엇 하나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책을 출간한 ‘인문서원’에도 큰 고마움을 전하며 또 한 권의 좋은 책을 완독한 행복에 빠져든다.
신청곡 : 원장현님의 소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