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전을 하며 다니는 길은 2차선으로 도로 양 옆으로 미국산 삼나무가 큰 키를 자랑하며 똑바로 서서 가로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줄지어 늘어 선 삼나무 가로수는 터널처럼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고, 지나는 길손에게 푸르름과 향기를 나눠 줍니다.
저는 그 길에만 들어서면 마음에도 여유가 생깁니다. 차창 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과 싱싱한 녹음을 차 안에 가득 담아서 지나갑니다. 아무튼 참 운치있는 길입니다.
얼마 전 이름도 귀여운 13호 태풍 링링이 남부지방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링링은 들판의 벼와 풀까지도 모두 깔아 뭉갰습니다.
저는 여느때처럼 운치있는 가로수 길을 지나는데...
하늘이 보이지않게 우거진 녹음은 사라지고... 지붕이 날아 가 천정이 뻥 뚫린 판잣집 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그리고 푸르름이 가득한 잎들은 모두 떨어져 패잔병처럼 아스팔트 위에 뒹굴고...
나뭇가지는 털 뽑힌 닭 처럼 '에고 추워!'하는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우리 동네 뒷산에 서 있는 상수리나무나 도토리나무는 푸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떡 버티고 서 있는데...
양코배기 삼나무...그것이 키만 멀쩡하게 컷지...태풍에 힘도 못쓰고 잎은 모두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모습으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고녀석 참 싱겁고...별거 아니네
우리 땅에는 역시 토종이 최고여!!!
신청곡입니다 - 이용구 단소. 들판에서....
올려주신 사연과 신청곡은 17일 방송을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